05/08/2022
#톡톡부부 #글
여행이 끝나면 행복할 것만 같았다. 돈이 없어도 어려울 것 없을 것만 같았고, 한국을 떠나면서 친구, 직장동료, 지인들과 관계가 정리가 됐어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평범한 대한민국 30대 부부가 할 수 없는 경험을 얻었기에 남 부러울게 없을 것만 같았다.
세계여행 이후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수입이더라도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도전을 많이 했지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뭐 하나 사려면 괜히 돈부터 신경 쓰였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통장잔고가 아른거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한국 생활을 보내던 중 우리를 바꿔놓은건 아마 '집'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알고는 있었지만 재개발로 인한 갑작스런 이사 문제에 모은 돈은 없었다. 프리랜서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백수 백조 그 이상 그 이하고 아니었다.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던 그 날, 약간은 비웃는듯한 은행 직원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근로소득도 없고, 이 정도 수입으로 대출을 받으시려고요?' 하는 뉘앙스의 그 표정. 암담한 현실 속에 매일 밤 아내를 부둥켜 안고 울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여행 후 여유롭고 자유롭게 살았던 우리가, 그 누구보다도 절실해졌고, 이는 곧 현실에 반영되었다. 2년 이란 시간동안 도전했던 SNS, 사진 촬영, 쇼핑몰 등 그때는 몰랐던 경험들이 뼈가 되고 살이 되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곳에서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고, 흔히 말하는 N잡러가 되어있었다. 거기에 운이 좋게 취직까지 했으니.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고, 비싼 강의료를 주고 들었던 쇼핑몰을 다시 시작하면서 '돈'에 대한 압박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심리적으로 편해지자 마음도 긍정적으로 바뀐걸까? 그동안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던 아이도 생겼고, 덜컥 청약에도 당첨되어 집까지 해결하게 되었다. 수입은 있지만 당장 모은 돈이 없어도 걱정이 없었다. 근로소득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출이 가능했으니.
밤마다 울었던 지난 겨울,
매일 돈 걱정만 하던 그때,
이제는 걱정이 사라졌다. 물론 대출도 생기고, 온라인 쇼핑몰이라는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마음의 빚은 사라졌다. 잘하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다가도 쌓이는 통장 잔고와 쑥쑥 잘 크고 있는 호또(태명)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세계여행을 한 많은 부부들의 다양한 삶을 보며 멋지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도 없다. 서로 상황에 맞게 열심히 살다보면 행복은 찾아온다. 함께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요즘, 여행 이후 우리의 삶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런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