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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남방돌고래 보호구역 위에 뜬 요트와 보트, 120마리 돌고래는 어디로 가야 하나지표종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제주 앞바다에는 12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제주 연안 생태계...
02/08/2026

제주남방돌고래 보호구역 위에 뜬 요트와 보트, 120마리 돌고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지표종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

제주 앞바다에는 12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제주 연안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가늠하는 지표종이다. 그런데 최근 이 지표종이 보내는 신호는 온통 경고음뿐이다. 갓 태어난 새끼가 죽은 채 발견되고, 어미는 죽은 새끼를 등에 업은 채 바다를 떠나지 못한다.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그 배경에는 사람이 만든 소음과 사람이 벌인 사업들이 있다.

보호는 서류 위에만 존재한다

정부와 제주도는 2012년 남방큰돌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고, 2023년에는 반경 50m 이내 선박 접근 금지, 300m 이내 동시 3척 이상 접근 제한이라는 구체적 규정까지 마련했다. 대정읍 신도리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보호 장치들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망망대해에서 선박과 돌고래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 보니, 시민단체의 숱한 제보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3년간 부과된 과태료는 단 4건에 그쳤다. 규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지켜지지 않아도 처벌은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돌고래를 가까이서 보려는 관광 보트들의 접근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다. 법이 정한 거리는 지도 위의 숫자일 뿐, 바다 위에서는 사실상 무력한 셈이다.
보호구역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돈벌이 사업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보호와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모순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 손으로는 보호 규정을 만들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 서식지를 파고드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은 남방큰돌고래의 핵심 서식지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다. 돌고래는 소리로 의사소통하고 먹이를 찾는데, 수중에서 소리는 공기 중보다 훨씬 빠르고 멀리 퍼진다. 발전기 건설 과정의 소음과 진동, 그리고 준공 이후 가동 소음까지 이들의 생존 리듬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2028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제주바다 요트둘레길(야뜨루뜨) 사업은 우려를 한층 키운다. 체류형 해양관광 활성화를 내세운 이 사업의 예정 항로가 하필 돌고래 해양보호구역과 서식지 인근 해역을 그대로 관통한다. 보호구역을 우회하기보다 관통하는 노선을 짠 것 자체가, 보호가 개발계획 앞에서 얼마나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돌고래를 직접 눈으로 보려는 관광용 돌고래 투어 보트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돌고래를 '보호해야 할 생물'이 아니라 '보여줘야 할 상품'으로 다루는 순간, 접근 제한 규정은 관광 매출 앞에서 유명무실해진다. 풍력발전은 에너지 사업으로, 요트둘레길은 관광 인프라로, 투어 보트는 체험 상품으로 —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바다, 같은 서식지를 두고 벌어지는 돈벌이 경쟁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생태법인, 이상은 있으나 현실은 뒷걸음질

이런 모순을 풀 대안으로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가 논의됐다. 당초 남방큰돌고래가 제1호 생태법인 후보로 거론됐지만, 어민들과의 갈등과 현실적 저항이 예상되자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덜 얽힌 '곶자왈'이 우선 검토 대상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일수록 보호는 뒤로 밀린다는 이야기다. 돌고래처럼 관광 수익과 개발 이익이 걸린 존재는 정작 가장 시급히 보호가 필요함에도, 가장 늦게 보호받는 역설에 놓여 있다.

지금 답해야 할 질문

남방큰돌고래의 번식 주기는 3~4년에 불과하고, 암컷 비율과 양육 기간을 고려하면 개체 수 감소는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구역을 지정해 놓고 그 위로 요트 항로를 놓고, 관광 보트를 띄우고,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일을 계속한다면, 그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은 실효성 없는 간판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의 모습이 축복이 아니라 마지막 절규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개발과 관광이라는 돈벌이 논리 앞에서 보호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제주의 바다는 조용히 숨을 거두어갈 것이다.
돌고래가 마음 놓고 숨 쉴 수 없는 바다에, 인간의 지속 가능한 미래도 함께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 진지하게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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